| |
일반소설 - 테마소설
|
|
|
|
|
|
|
사랑, 반드시 어긋나는 불가해한 감정
사랑은 엇갈림이다.
생식기에 접어든 동물들은 암수가 무조건 교미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생식기에 동물들은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아직 교미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암(수)컷은 곁으로 다가오는 이성(異性)을 공격해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성적 본능만을 지니고 있는 동물들 또한 암수가 만나는 시기는 이렇듯 복잡다단하다. 하물며 이성에 대해 성적 본능뿐 아니라 정신적인 공유를 갈망하는 인간 세계의 ‘사랑’은 한층 난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랑이란 감정 속에는 여러 층위의 불가해한 항력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때문에 남녀 사이의 사랑은 다양한 양태를 보인다. 서로 사랑의 감정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결혼을 하기도 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사랑이란 믿고 만났던 사람이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헤어진 뒤에야 뒤늦게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랑은 엇갈리게 마련이다. 《유리눈물》의 두 주인공, 준철과 정화, 이들의 사랑에도 불가항력은 깃들어 있다. 정화는 어린시절부터 엄마, 아빠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켜봤다. 정화의 부모는 완벽한 사랑을 이룩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죽고 나서 아빠는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듯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정화와 정화의 오빠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완벽한 사랑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뿐 아니라 사랑의 한 축이 끊어졌을 때 다른 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아는 정화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접근하는 준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아니, 사랑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준철이 그녀에게 질척하게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 그는 순수하고 소박한 꿈을 지니고 있는 청년이다. 정화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유리눈물》을 읽는 독자들은 이 두 인물의 내면에 감춰진 사랑을 눈치 챌 것이다. 이 소설은 준철과 정화의 사랑이야기이다. 톱 연기자가 됐으면서도 변함없이 정화에게 사랑을 꿈꾸는 준철의 순수함과 그의 순수함을 알면서도 사랑 자체를 거절하는 정화의 쓸쓸한 정서는 독자들의 감성을 증폭시키는 커다란 줄기이다. 특히 각 장의 제목 밑에 실린 글귀 ‘부치지 못한 편지’는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이들이 더욱 애틋한 감정에 젖어드는 구실을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서로 사랑을 했다. 그러나 사랑을 한 시점이 틀리다. 준철은 정화를 사랑의 대상으로 확신했다. 그는 끊임없이 그녀와의 사랑을 꿈꿨다. 망부석처럼 사랑을 거절했던 정화가 차츰 마음을 열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는 즘에 그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만다. 눈치 빠른 이들은 금방 알아볼 것이지만, ‘부치지 못한 편지’의 글귀는 죽은 준철을 그리며 그에게 뒤늦은 고백을 하는 정화의 편지이다. 반면 소설의 본문은 준철이 죽기 전까지 정화에게 사랑을 쏟는 서사를 이루고 있다. 곧, 지금은‘여기’에 없는 준철의 사랑과 지금 홀로 ‘여기’ 남겨진 정화의 사랑은 소설의 서사 속에서 뒤틀려 버리고 말았지만, 소설의 형식 속에선 씨줄과 날줄로 엮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러한 특이한 형태는 소설을 접하는 독자들의 심금에 긴 여운을 남긴다. 《유리눈물》은 독자들이 요구하는 감성을 소설 속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이야기꾼 김하인의 면모가 엿보이는 소설이다. 김하인의 독특한 멜로와 애잔한 감성을 기대하는 독자에게 이 소설은 틀림없이 부합할 것이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