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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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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 굴복하는 것, 그 얼마나 감미로운지…….
「순백의 신부」독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
원수들은 저를 철면피 배너, 영국의 자존심이자 프랑스의 공포 대상이라고 알고 있지요. 일생에 단 한번도 모험에 실패를 한다거나 벌벌 떨어본 적이 없는데,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 보니 열 두 명이나 되는, 구제불능 악동들의 아버지가 되어 있지 뭡니까, 글쎄. 그 녀석들 목을 베어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하감옥에 가두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할 수 없이 우리집 집사를 시켜서 아이들 어머니가 되어줄 신부감을 찾아오라고 했지요. 이왕이면 멋없고, 온순하고, 모성애가 강한 여자로. 지극히 평범해서 제 마음을 동하게 하지 못할 그런 여자로 말입니다. 이제 아이라면 질색이니까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놈의 집사가 베들링턴의 레이디 윌로우라고 하는, 생기 넘치는 미녀 아가씨를 데리고 왔을 때 제가 얼마나 몸서리를 쳤는지, 독자 여러분들도 상상도 못할 겁니다. 정말 까무러칠 지경이었지요. 짙은 빛깔의 넘실대는 고수머리에 열정이 불타는 눈동자. 이 아가씨가 꼬마 도깨비 같은 우리집 장난꾸러기들과 합세해서 냉소적인 무인(武人)인나, 배너로 하여금 사랑 앞에 굴복하는 것이 얼마나 감미로운지를 일깨워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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